지독한 봄 - 정철웅
무슨 지병을 앓았던 걸까
허리를 잘린 채
봄볕 속을 걸어 나온 목련 한 그루
유린의 톱질이 지나간
바로 아랫자리에
정말 뜻밖의 상아빛,
목련꽃 몇 송이 밀어 올려
지상의 눈부심 한 켠을 받들고 있다
제 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
아무 것도 모를 저 맑은 순수를
기를 쓰고 밀어 올리는 불구의 몸
저를 주장하는
봄날의 독기가
내 가슴에 예리한 톱질을 쓸고 간다